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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과연 HBM만의 문제일까?

쿼카뉴스 2024. 10. 8. 15:17


삼성전자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다.", "금투세의 영향으로 국내 자금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등등 말들이 많지만, 역시나 이번 하락에도 삼성을 사들이고 있는 건, 개인들이다. 저점 매수의 주된 근거로는 1. HBM은 결국 승인될 예정, 2. 실적은 꺾이지 않고 있음, 3. PBR 밴드 역사적 저점 수준, 4. AI 사이클이 끝나지 않는 한 삼성의 반도체도 결국은 쓰일 것, 정도 인 듯 하다.

그렇다면, 파는 사람들의 논리는 무엇일까?  왜 PBR 기준 역사적 저점이 되도록 팔고 있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HBM? DRAM부터 문제

한국 사람에게 삼성은 "1위 기업"이자, "기술의 삼성"이다 보니, 마치 "삼성이 간과한 HBM이라는 기술을 SK하이닉스가 선점했고, 때마침 AI라는 순풍을 만났을 뿐. 대세는 아직 삼성이다." 정도로 현황을 파악 중이라면 조금은 안일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진짜 문제는 DRAM 기술에서도 확연히 쳐져 있다는 점이다. 

출처 : 문화일보 기사 (https://m.news.nate.com/view/20240829n16580?mid=m02&list=recent&cpcd=)


삼성전자의 DRAM 미세화 수준은 현재 1b로 SK하이닉스의 1c에 한 단계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세대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수율을 고려하면 그 격차는 매우 크다.

SK하이닉스는 1c(6세대) DRAM 개발에 성공하며 60% 이상 수준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 60%대 수율은 초기 양산 단계에서 매우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1b DRAM에서조차 수율이 50% 미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삼성의 차기 플래그쉽 스마트폰 라인업인 S25에 탑재되는 DRAM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자체 수급 조차 애를 먹고 있다는 것으로 수율 문제가 가벼운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HBM 승인이 문제가 아냐

DRAM 수율 문제는 결국 HBM의 수율로도 연결이 된다. 고 부가가치인 HBM이 승인되면 만사 OK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HBM은 DRAM을 쌓아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DRAM의 수율은 HBM의 수율과도 연관되며, 이는 곧 수익성과 직결된다. 의미없는 수율로는 엔비디아의 물량을 결국 따낸다고 해도 경쟁사와의 단가 경쟁에서 턱없이 밀리거나, 손해보는 장사를 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의미다.
삼성은 HBM3의 뒤늦은 진입을 만회하기 위해 1c DRAM에 기반한 HBM4 개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HBM4의 로직다이는 TSMC와 협업을 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삼성전자의 HBM4 수율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매우 모호하기는 하다.)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볼 때, 삼성은 HBM4에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HBM4가 역전의 기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불과 몇달 전까지 삼성전자의 1c 자체 수율은 10%내외로 알려졌던 바 있다.

출처 : 뉴스웨이, 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24030414554221954


물론 HBM은 여러 DRAM의 적층이므로 삼성 HBM3E 기준, 12개의 DRAM이 양품이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12개의 다이가 쌓이는 동안의 불량률까지 감안하면 사실상의 양품률은 0%로 수렴한다. DRAM의 수율이 HBM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설령 수율 마저 완성된다해도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엔비디아의 AI 칩이 부르는게 값이 되어버린 건, 2가지 이유에서다. 1. 대체제가 없다는 점, 2. 수요 대비 생산 Capa(TSMC)가 제한적이라는 점. 그러나 HBM의 입장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는 수없이 많은데 반해, HBM의 수요는 엔비디아, 즉 TSMC의 생산 Capa에 의해 자동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HBM이 아무리 좋아도 TSMC가 엔비디아의 제품을 못찍어내면? 엔비디아도 HBM을 더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삼성의 진입은 당연히 가격 경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무리한 시장 진입은 자칫, HBM 사업 전체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지도 모른다.

 

 

더 곤란한 파운드리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던 시절, 그 기대감의 중심에 있었던 건 단연 파운드리였다. 언론으로 접하는 그 시절의 파운드리 기술 격차는 분명, 5나노니 3나노니 하며 엎치락 뒷치락 하는 상황처럼 보였다. 실제로 2022년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nm GAA 공정의 양산화를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발목을 잡은 건 다시한번 수율 문제였다. TSMC의 FinFET 대비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있으면서도 시장의 판단은 TSMC였다. 

이에  쐐기를 박은 것이 갤럭시S22 시리즈(스냅드레곤8 Gen1)의 발열 이슈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GOS 이슈와 함께 삼성 파운드리 양산품에 대한 품질 이슈가 제기되었고, 동일 코어 구성으로 TSMC에서 제조한 차기작인 스냅드레곤8+ Gen1가 최대 60%까지도 전성비의 개선을 보인다고 알려지며 삼성 파운드리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날리게 되었다.

이후에는 잘 알려진대로 TSMC의 사실상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TSMC는 약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의 점유율은 10% 초반대로 경쟁 구도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결론

본 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삼성이 숱한 위기와 차기 성장동력에 대한 의심을 넘어오며 1위를 지켜온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다만, "Winter is coming" 레포트로 회자되는 몇 년 전의 위기와 비교하며 현재를 낙관하는 판단은 맞지 않다. 당시의 위기론은 삼성전자 기술적 지위가 굳건한 가운데 반도체 전체 시장에 대한 오판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론은 반도체 시장과는 별개의 삼성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다.

출처 : 네이버 페이 증권



엉덩이가 무거워야 수익을 볼 수 있는 것도 맞고, 삼성전자가 숱한 위기를 겪어온 기업인 것도 맞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근본 경쟁력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된 만큼, 향후 전망에 대한 섣부른 낙관보다는 전체 반도체 시장 혹은 SK하이닉스와의 디커플링에 관심을 두고 장세를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 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달리는데 삼성과 SK하이닉스만 유독 힘을 못쓴다면야 금투세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니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만, SK는 동행하는데 삼성만 못따라가는 건?? 삼성에 제기되고 있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 제기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